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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한사전(한국토마스연구소) 봉정미사」(가톨릭신문 2023.10. 29. 제3365호 1면)
    • 작성일2023/10/26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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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17일 배론성지 은총의 성모마리아 기도학교 성가정 대성당에서 봉헌된 「라-한사전」 봉정미사를 시작하며

    이재룡 신부가 「라-한사전」을 들고 입당하고 있다. (강재훈 사진가 제공)

     

    배론에서 조선인 신학생들을 가르치며 「韓中羅辭典」(한중라사전)과 「羅韓辭典」(라한사전)을 완성한 파리 외방 전교회 프티니콜라 신부와 푸르티에 신부 영전에 한국교회 후배들이 만든 「라-한사전」이 봉정되는 뜻깊은 자리가 마련됐다.

    10월 17일 배론성지 은총의 성모마리아 기도학교 성가정 대성당에서는 원주교구장 조규만(바실리오) 주교 주례로 「라-한사전」 봉정미사가 봉헌됐다. 두 신부가 1866년 병인박해 때 체포돼 순교한 지 157년 만에, 한국 천주교 역사상 최초로 그리스도교 중세 문명을 담은 「라-한사전」 완성을 기념하며 신학생 교육과 사전 만들기에 진력한 그들을 추념하는 행사였다. 한국성토마스연구소(소장 이재룡 시몬 신부) 주관으로 마련된 미사는 전 광주대교구장 최창무(안드레아) 대주교와 서울대교구 사회사목담당 교구장 대리 유경촌(티모테오) 주교를 비롯해 「라-한사전」 책임 편찬 이재룡 신부 및 편찬 사제단 등이 공동 집전했다.

    조규만 주교가 10월 17일 배론성지 은총의 성모마리아 기도학교 성가정 대성당에서 「라-한사전」 봉정미사를 주례하고 있다.

     

    미사에는 약 300명의 신자가 참례해, 박해와 투병 중에도 모든 학문 연구의 시작이자 기초 도구인 라틴어 사전 만들기에 매진한 프티니콜라 신부와 푸르티에 신부를 기리는 한편 이 땅의 학문 발전을 위해 기도했다.

    6년의 노력 끝에 출판된 「라-한사전」은 우리나라에서 활용돼 온 고전 라틴어 사전의 한계를 넘어 시대적 지평을 획기적으로 넓혔다. 2000년 동안 전례와 각종 문헌을 통해 꾸준히 사용해 온 교회 라틴어 어휘들을 충만히 채웠고, 부록을 포함한 2100쪽 분량에 표제어만 8만 개가 넘는다. 특별히 중세 그리스도교 학자들의 원전에 접근함으로써, 그간 공백으로 남았던 중세 시기 학문적 보화를 연구하는 데 탁월한 도구라는 평가를 받는다. 본사가 제정한 제27회 한국가톨릭학술상 본상 수상작이기도 하다.

    조규만 주교는 강론에서 “오늘 화답송 ‘하늘은 하느님의 영광을 말하네’처럼 이재룡 신부님의 작업 역시 토마스 아퀴나스 성인처럼 하느님의 영광을 말하고 있다”며 “한국교회를 대신해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건강하셔서 대업을 잘 마무리하시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미사 후에는 조광(이냐시오) 전 국사편찬위원장이 ‘「라-한사전」의 역사적 의미’를 주제로 특별 강연을 펼쳤다.

    이재룡 신부는 “사전이 나오기까지 함께 동고동락한 편찬 사제들에게 감사드린다”면서 “절망적이고 열악하던 여건에서도 하느님과 이웃에게 봉사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을 찾아 혼신의 힘을 다 쏟을 줄 알았던 젊은 두 영웅의 큰 사랑을 가슴 깊이 되살려, 각자 여건 속에서 그들을 충실히 본받을 힘과 용기를 청한다”고 밝혔다.

    10월 17일 배론성지 은총의 성모마리아 기도학교 성가정 대성당에서 거행된 「라-한사전」 봉정미사 후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