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은총의 성모마리아 기도학교 기획피정
- 작성일2023/12/18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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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한파가 겨울다움을 알리며 시작된 12월 기획피정,
2023년을 마무리하는 기도의 시간에 조규만 바실리오 주교님이 동반해주셨습니다.
예수님의 이야기....
예수님이 어떤 분이신가? 예수님은 누구이신가...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그 분을
마치 처음 사귀고 알아가듯, 다시 바라보고
왜 식민을 살던 하느님 민족의 극한 갈등과 역사의 질곡 속에 살다가 가신
그분을 우리가 그리스도라고 부르고 있는지를,
그리고
믿는 이들이 그리스도라고 입을 모아 부르는 그분이
지금 나에게는 어떤 분이신지.....
진정 사람이시고 모든 이들의 구원자이며
세기와 세기를 아우르는 구세주이신 분,
살아낸 모든 시간을 통해서
더없는 사랑을, 더없는 진실성과 의로움으로 살아내신 그 분,
모든 의로움에도 불구하고 절저히 실패한 시간을
하느님의 능력이 아니고서는 설명할 방법이 없는
'다시 살아나심, 그리고 다시 살아서 우리에게 오심'으로
오히려 우리에게 '하느님이심'을 확인하는 선물로 돌려주신 분,
그 지극히 선하신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께서
나에게는 어떤 서사와 어떤 진실로 표현될 수 있는가....
지극히 자명한 신앙의 진리가
지극히 내밀하고 소소하게 부서지는 각자의 일상안에서도
촘촘히 진실하게 정의되어지는 그 진리의 힘을 만나는 시간이었습니다. ^^
지학순 다니엘 주교님의 선종 30주기를 맞이하여
함께 떠났던 1년의 여정도 12월에 마무리 되었습니다.
12월 15일은 지학순 다니엘 주교님의 사제로서의 여정에 큰 획을 그은 날,
사제서품일 이었습니다.(1952년 12월 15일)
무신론을 표방하는 공산주의 정권의 가톨릭교회 탄압을 피하여 목숨을 걸고 월남을 감했했던
신학생 지학순 다니엘이
이념갈등과 국제정세의 역학적 구조 안에서 전쟁의 화마에 휩쓸리게 되었던
한반도의 마지막 방어선 부산에서
피난민들의 조촐한 축하속에서 사제로 서품되는 날이었습니다.
지학순 다니엘 주교님의 생애는
사제나 주교라는 명칭으로 불리는 그리스도 교회 안에서의 직분,
그리스도의 신비한 몸 안에서 각자가 고유하게 살아가는
지체로서의 소명에 따른 그 이름으로 불리우기 전에,
한 사람의 그리스도인으로서 지학순 다니엘 주교님이 지녔던
하느님 앞에서의 진정성과
또 하느님을 사랑했던 자기 자신에 대한 정직함이
그 삶의 자리와 함께 하던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발할 수 있었는지 돌아보게 합니다.
하느님을 사랑하여
살육에 이르는 이념갈등과 세계대전의 짙은 암운을 헤치고
사제성소의 길에 응답하여 세례받은 신앙인의 신원에 매진한
진정한 그리스도인 지학순 다니엘은
현대화의 격동을 살던 시대의 교회가
성령의 동반을 의식하는 신앙감과 그리스도현존께 대한 강한 의탁으로
세상을 향하여 빗장을 풀었을 때(제2차 바티칸 공의회 1961-1965)
약동하는 '세상속으로'라는 공의회 정신을 치열하게 살아보여주었던
뜨거운 심장의 사제였고 양들을 지극히 사랑했던 목자였습니다.
2차 바티칸 공의회 현장(마지막 회기)에서의 모습
영원한 생명이신 그리스도는 교회의 머리이시고
그의 신비한 몸 교회는 머리이신 그리스도의 생명으로 생동하므로
그가 항해하는 시대의 바다의 물살 앞에서
물위를 걸으시는 그리스도의 현존 안에 더욱더 깊이 머물며
모든 조류를 살아가는 세상 전체를 익명의 그리스도인으로 품습니다.
그리고 마주하는 모든 인간 삶의 현실에 신축적으로 반응하여
믿는 바를 전 인격으로 살아냅니다.
2023년 지학순 다니엘 주교님의 시간을 여행하면서
우리는 많은 것을 새길 수 있었습니다.
한 사람의 일생을 돌아보는 것 만으로도
그가 살아낸 시대에 진한 감동으로 동참하게 하고
정의와 진리를 사랑하는 사람의 선한 심성에
희망과 위로를 불어넣는
시대의 그리스도인, 응답하는 그리스도인, 지학순 다니엘 주교님의 정신은
오늘 우리 교회를 살아가는 모든 지체들의 삶의 자리에
어떤 쇄신의 자유를 재촉하고 있는지
생각하게 하는 12월 마무리였습니다.
그리스도 우리의 평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