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은총의 성모마리아 기도학교 기획피정
- 작성일2024/11/17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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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기획피정은 허규베네딕토 신부님(서울대교구,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이 동반해주셨습니다.
- 주제 : 루카복음의 기도 -
루카복음에서 어떤 기도를 만나고 깨닫고
하느님의 영으로 하느님과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 될지...
기대를 품은 우리가 만난 그 첫 시간은
어머니 마리아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좌)카라비지오, 성모영보, 1609
우)렘브란트, 아기예수께 경배하는 목자들 (1646)
허규신부님의 루카복음 이야기는
고유한 부르심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 삶의 자리를 돌아보게 합니다.
우리는 살아내어야 하는 인생의 무게, 혹은 주어진 즐거움들에 깊이 젖거나 바빠서
주님을 부를 시간도, 여유도 없다고 토로하곤 합니다.
하지만 굽이굽이 돌아가는 인생길에서 만나는 여러 가지 필요와 간절함으로 인해서
손 모아 부르고 찾고, 또 매달리게 되는 주님께
우리의 기도는 어떤 것이어야 할까요?
순명과 믿음의 아이콘으로 우리가 언제나 전달기도를 청하는 어머니 마리아는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라고 응답하셨지만,
소명의 초대 앞에서 고사(固辭)의 첫 반응을 내어놓곤 했던 많은 예언자들처럼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라는 질문으로 당혹감을 표현하셨었습니다.
복음사가 루카의 복음은
가난하고 사회적으로 보잘것 없는 이들, 심지어 윤리적 지탄의 대상인 이들의 가운데서
한 사람, 한 사람의 인격 전체를 흔들며 새로운 삶을 결단하게 하시는 구원자 예수,
그 사랑의 힘을 증명하고
우리는 복음서 안에서 예수님이 들어가신 그 인생의 시간을 다시 걸으면서
갖은 학식과 부유한 재산과 사회적 업적과 권력의 힘으로 아니 열리는 곳 없이 열리던 세상의 길과는 아주 다르게,
어떤 도구도 필요 없이 오직 사람의 '진심'으로만 열리고 닿아지는
살아계신 그리스도의 인격 진리를 만나게 됩니다.
우리는 실제로 주님을 만나게 되면
어떤 많은 준비와 치장과 격식이 필요하지 않음에 놀라고,
또 어떤 포장과 화려함이 소통 되지 않음에 놀라고,
우리 마음의 아주 작은 진정성이 그분의 심장에 필요하다는 사실에, 그리고
그렇게 쉽게 닿아지는 사랑이 된다는 진실에 놀라고,
소통된 사랑의 감동으로 울게 됩니다.
과연 자비의 복음이라고 부르고 싶어질 만큼 아름다운 루카복음에서
예수님은 비유의 가르침을 통하여
이방인보다 못하도록 등진 동족 사마리아인(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
식민지배자들보다 더 혐오스러워했던 세리(세리의 기도)에 대한
사회적, 민족적 편견과 역사적으로 축적된 증오까지 넘어서게 하는
사랑의 진실성이 무엇인지
복음을 듣는 우리가 듣고 깨닫고 반성하고 또 선택하게 합니다.
분주한 일상의 조각더미가 가득한 탓에
'생각서랍장'의 맨 아래칸에 넣어두고 잊어버렸던
'성소의 보편성'을 다시 생각합니다.
'주님은 나를 어떻게 부르셨고 나는 그 부르심에 어떻게 응답하며 살아가고 있는가요?"
신앙인의 여정은 하느님과 사귐으로 채워지는 인생,
두려움을 딛고 투신하는 사랑의 응답들로
하느님의 일과 자신의 삶이 다른 것이 아님을 체험하고 감동하며
비교불가, 대체불가의 아름다움과 독특하고 고유한 일치에 이르는
진정한 자유인의 길.
오늘 나에게 주님의 부르심은 무엇을 재촉하고 있을까요?